도입: 왜 지금, 청소년 자살 예방인가?
최근 수년간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소년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그 수치는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자살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며, 예방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
특히 청소년기는 심리적, 생리적, 사회적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시기로, 이 시기의 정서적 위기는 곧바로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자살 위험 요인뿐 아니라 ‘보호요인(Protective Factors)’에 대한 실증적 탐색과 체계적 개입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 보호요인의 개념과 이론적 틀
보호요인이란 청소년이 자살이나 자해 행동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내·외적 자원으로 정의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자아존중감, 정서적 회복탄력성, 문제해결능력 등이 핵심 요인으로 분류되며, 사회생태학적 모델에서는 가족 지지, 학교 연결감, 또래 수용 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보호요인은 단순히 위험요인의 부재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회복력을 발휘하게 하는 능동적 요소로 간주된다.
2. 실증 연구에서 확인된 핵심 보호요인
여러 실증 연구들(예: Fergus & Zimmerman, 2005; 청소년정책연구원, 2022)은 청소년 자살 예방에서 다음과 같은 보호요인들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작동함을 보여주었다.
첫째, 정서적 지지의 제공자—특히 가족과 교사—는 자살 생각의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낮춘다.
둘째, 친구 및 또래 집단과의 긍정적 관계는 소속감을 강화하고 외로움과 고립을 완화하는 핵심 변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학교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소속감은 학업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자살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변수로 검증되었다.
3. 보호요인 중심의 프로그램 구성 전략
보호요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은 단순히 위험 요소를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 청소년의 삶의 질 자체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감정 표현 훈련’과 ‘문제해결기술 강화’는 심리적 자기조절 능력을 향상시키고, ‘또래 멘토링’은 사회적 지지망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보호요인은 상호작용적이므로 프로그램은 단일 요인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맥락에서의 복합 개입을 추구해야 한다.
4. 학교 현장에서의 실천 사례와 효과성
서울시교육청 산하 고등학교에서 시행된 "회복탄력성 증진 프로그램"의 사례를 보면, 프로그램 참여 후 3개월간 우울 척도 점수가 평균 21% 감소하였고, 자살 사고율은 12% 감소하였다.
이와 같은 성과는 보호요인의 실질적 효과를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프로그램은 교사 중심의 강의식 전달보다는 활동 중심, 참여 중심의 구조로 이루어졌으며, 보호요인 중 정서 조절과 또래 지원에 집중하였다.
5. 보호요인 측정을 위한 평가 도구와 방법론
보호요인의 효과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 도구가 필수적이다.
대표적으로는 ‘청소년 자살 위험 및 보호요인 척도’, ‘회복탄력성 척도(RSQ)’, ‘정서 조절 능력 척도’ 등이 사용된다.
이러한 도구는 사전-사후 비교 방식으로 활용되며, 프로그램의 유의미한 변화 여부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또한 질적 분석 기법(예: 인터뷰, 포커스그룹)과 혼합방법론을 병행함으로써 보호요인의 작동 메커니즘을 더욱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6. 정책 및 교육적 함의: 예방에서 회복으로
이제 청소년 자살 예방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보호요인을 강화하는 교육 및 정책 개입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교육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예방 교육은 물론, 지역사회 기반 상담 네트워크의 확대, 가정 연계 프로그램의 정례화가 필요하다.
또한 상담교사 및 지역 실천가를 대상으로 한 전문 연수 과정에서는 ‘보호요인 중심 접근법’에 대한 이해와 실제 적용 전략을 포함시켜야 한다.
궁극적으로 보호요인 기반 접근은 위기를 넘는 ‘예방’을 넘어, 위기 후의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장기적 복지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