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학교를 벗어난다는 것은 제도의 밖으로 나간다는 뜻인가?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명칭은 단순한 교육공백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학업 중단이라는 행위 이면에 존재하는 복잡한 사회·심리·경제적 배경을 함축하는 용어이다.
그러나 현재의 지원체계는 여전히 ‘비정상적 궤도 이탈’이라는 시각에 머무르고 있으며, 제도 밖으로 벗어난 청소년을 다시 안으로 끌어들이는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재진입인가, 아니면 새로운 진로와 삶의 방식을 인정하는 지원인가?
1. 학교 밖 청소년의 현황과 복합적 특성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한민국의 학교 밖 청소년은 약 35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학업 중단 사유에 따라 자발적 중단, 부적응, 질병, 경제적 이유, 가정불화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다.
또한 상당수는 복합적인 문제—예컨대 우울, 불안, 인터넷 중독, 가출, 노동착취 등—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을 단일한 대상군으로 규정하거나 획일화된 접근으로 대응하는 것은 실질적 한계를 지닌다.
2. 현행 지원 정책의 핵심 구조와 기능
현재 학교 밖 청소년 지원정책의 주요 축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센터는 상담, 학업 지원, 직업훈련, 건강검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망을 구성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포털, 거리 상담, 보호관찰소 연계 등을 통해 발굴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으나, 이들 제도는 주로 학업 복귀와 자격증 취득, 취업으로 귀결되는 경로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청소년의 자율성과 다원적 삶의 경로는 제한적으로만 반영된다.
3. 현행 정책의 구조적 문제점
첫째, 서비스 접근성의 지역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농산어촌 지역이나 도심 외곽의 청소년은 서비스에 대한 정보조차 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서비스 연계의 단절성과 중복이 문제다. 복수의 기관이 동일 대상자에게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진정 필요한 맞춤형 개입은 부족하다.
셋째, 성과 지표 중심의 행정 운영이 청소년의 복잡한 삶을 단순화시켜 버리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학업복귀율이나 자격증 취득 건수가 주요 성과로 간주되면서, 비형식 학습이나 심리회복은 부차화된다.
4. 대안적 서비스 모델: 다원적 삶 경로를 수용하는 통합적 접근
대안은 통합성과 유연성에 기반해야 한다.
첫째, 서비스의 출발점은 ‘학업 복귀’가 아니라 ‘청소년의 삶의 주도권 회복’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참여형 사례관리’ 모델을 도입하고, 청소년이 자신의 욕구를 정의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기존 센터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지역 커뮤니티와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기반형 모델이 필요하다.
셋째, 예술, 체육, 농업, 디지털 창작 등 다양한 진로영역을 포괄하는 모듈형 교육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학력 중심의 위계에서 벗어난 대안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5. 실천 전략: 협업 구조와 정책 연계 강화
실효성 있는 모델을 설계하기 위해선 각 부처 간 유기적 연계가 필수적이다.
현재 여성가족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정책을 통합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
또한 지역 NGO, 학교, 자치단체,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협업 모델을 통해, 단순 서비스 제공에서 ‘삶의 동반자’로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
청소년의 삶은 행정구역이나 예산 항목을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따라서 정책은 이들의 ‘생활동선’을 기준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6. 결론: 제도 밖 청소년이 아니라, 제도 너머 청소년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복귀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절실하다.
현재의 정책은 제도 안으로 복귀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청소년의 삶은 제도 너머에도 존재한다.
진정한 지원은 제도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 설계자의 관점, 실천가의 전략, 지역사회의 의식이 전면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학교 밖 청소년을 다시 시스템 안에 넣으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을 그들과 함께 구축해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