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가출”이라는 선택, 그 이면의 복합적 현실
청소년 가출은 단순히 비행 청소년의 일탈 행위가 아니다.
많은 경우, 이는 물리적 또는 정서적 위협, 생존의 압박 속에서 선택한 유일한 탈출구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청소년 가출을 일률적으로 판단하며, 그 원인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인 복귀 중심 개입만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본 글은 특히 '가정폭력'과 '경제적 빈곤'을 중심으로, 원인에 따라 어떻게 개입 전략을 차별화해야 하는지를 분석한다.
1. 청소년 가출의 다층적 원인 구조
청소년이 집을 떠나는 이유는 단일하지 않다.
실증 연구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의 상당수는 가정 내 신체적·언어적 폭력, 경제적 결핍, 학교 부적응, 정서적 소외, 정신 건강 문제 등 복합적 요인을 경험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정폭력과 빈곤은 가출의 빈도와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동일한 ‘가출’이라 하더라도, 배경이 다르면 개입의 방식도 달라야 하며, 이를 무시한 일률적 접근은 오히려 재가출과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2. 가정폭력에 기반한 가출: 안전 기반 확보가 선결과제
가정폭력은 청소년에게 물리적 피해는 물론, 정서적 불신과 자존감 붕괴를 야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가출은 보호 요청의 표현이자 마지막 생존 전략일 수 있다.
이 경우, ‘귀가’는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위기의 재현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초기 개입은 쉼터, 보호 명령, 위기상담 등 안전 확보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이후에는 트라우마 치료, 회복적 상담, 대안가정 연계 등이 지속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특히 상담자는 신뢰 형성에 중점을 두고, 피해자 중심의 개입을 전개해야 한다.
3. 경제적 빈곤에 기반한 가출: 자립 기반 구축이 핵심
경제적 빈곤은 생계 유지가 불가능한 가정환경 속에서 청소년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로 인해 가출은 곧바로 노동시장 유입이나 거리생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개입은 소득보장, 주거지원, 진로상담, 직업훈련 등의 자립 기반 강화에 집중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와 연계한 생활 기반형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장기적으로는 빈곤 가정의 전체 복지 개입과 병행되어야 하며, 교육 기회의 보장과 사회적 낙인 방지가 병행되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4. 유형별 접근 전략의 공통과 차별
모든 가출 청소년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요소도 있다.
예를 들어, 위기상담, 초기 욕구 평가, 사례관리 연계, 지역 내 서비스 정보 제공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장기 개입에서는 반드시 원인별 전략이 필요하다.
가정폭력에 기반한 가출은 심리·법적 보호와 회복이 중심이며, 빈곤에 기반한 가출은 자립 역량 강화가 초점이 된다.
이런 차별화 전략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실무자의 역량 강화뿐 아니라,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부터 원인에 따른 분류 및 진단 체계를 내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정책적 제언: 원인 기반 분류와 다차원 서비스 설계
현재 청소년 가출 대응 정책은 대부분 ‘일시보호 → 복귀 유도’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청소년의 욕구를 억압하고, 자율성과 회복 가능성을 제한한다.
따라서 향후 정책은 가출 원인에 따라 분류된 진단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개입을 연계하는 다차원 서비스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예산 배분 또한 이러한 차별화를 반영해야 하며, 청소년의 ‘권리’ 관점에서 가출 상황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시스템보다 사람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6. 결론: 가출은 위기가 아니라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어야
청소년의 가출을 '위기'로만 규정하는 관점은 시대착오적이다.
오히려 가출은 청소년이 구조적 결핍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의사표현’일 수 있다.
이 신호를 사회가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는가는 그 청소년의 인생 궤적을 좌우할 수 있다.
가정폭력과 빈곤은 분명히 서로 다른 구조적 배경을 가지며, 그에 따른 개입 전략도 정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청소년이 스스로의 삶을 회복하고, 미래를 재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개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