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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질적연구에서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의 적용 과정

by 청소년길라잡이 2025. 6. 25.

도입: 숫자로는 포착되지 않는 청소년의 삶

청소년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행동 양상을 통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경험과 인식을 구조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학교 밖 청소년, 가출 청소년, 다문화 청소년 등은 기존의 설문 기반 연구로는 포착이 어려운 내면의 의미세계와 삶의 문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복잡하고 역동적인 청소년의 경험을 이론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어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은 강력한 질적 연구방법론으로 기능할 수 있다.

1. 근거이론의 개념과 청소년 연구와의 접점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은 1967년 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가 제시한 이후,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 적용되며 발전해 왔다.

핵심은 '자료로부터 이론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이론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진술과 행동 양상 속에서 개념과 범주를 구성하여 현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적 틀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청소년은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정체성과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는 근거이론은 효과적인 분석도구가 된다.

2. 이론적 표집과 초기 연구 설계

근거이론 연구는 확률적 표본이 아닌 '이론적 표집(theoretical sampling)'을 통해 진행된다.

이는 분석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나 범주를 심화하기 위한 대상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학교 부적응 청소년을 연구할 경우, 단순히 ‘부적응자’를 나열식으로 모으기보다, 다양한 유형(예: 자발적 탈락, 외부요인에 의한 중단 등)을 반영해 이론적 풍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연구 질문은 개방형이며, 현장 탐색을 통해 점차 구체화되는 구조를 갖는다.

3. 코딩 단계 ① 열린코딩: 의미단위에서 개념 도출하기

열린코딩(open coding)은 인터뷰 등에서 수집한 원자료(raw data)를 분석해 의미 있는 단어, 구, 문장을 단위로 나눈 뒤, 각 단위에 개념화된 코드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나는 어른들이 나를 전혀 이해하지 않는다고 느껴”라고 말한다면, 이는 ‘성인 불신’, ‘관계 단절감’ 등으로 개념화될 수 있다.

코딩은 단순한 명명 작업이 아니라, 참여자의 맥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연구자적 시각을 반영해 개념을 구성하는 민감한 작업이다.

4. 코딩 단계 ② 축코딩: 범주화와 관계망 구축

축코딩(axial coding)은 열린코딩을 통해 생성된 다수의 개념들을 상호 연관 지어 범주(category)로 통합하는 과정이다. 이때 범주 간 관계는 ‘조건-상황-전략-결과’ 모형을 따라 분석된다. 예컨대 '학교 배제'라는 조건 아래, '또래집단으로의 몰입'이라는 전략이 '비행행동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관계 구조를 해석함으로써 청소년의 경험이 맥락 안에서 어떤 의미망을 형성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5. 선택코딩과 이론화: 핵심범주 설정과 설명모형 구성

선택코딩(selective coding)은 전체 범주 중 중심축이 되는 핵심범주(core category)를 중심으로 다른 범주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단계이다.

예를 들어, “존중 경험의 결핍과 회복 욕구”가 핵심범주라면, 나머지 범주는 이를 설명하거나 지원하는 하위범주로 조직된다.

이 과정을 통해 연구자는 참여자의 삶을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생성한다.

이 이론은 현장의 목소리로부터 도출된 것이므로, 현장과 강하게 연결되어 실용성과 설명력을 동시에 갖춘다.

6. 이론적 포화와 타당성 검증

근거이론 연구는 '이론적 포화(theoretical saturation)'에 도달했을 때 종료된다.

이는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해도 새로운 개념이나 범주가 나오지 않을 때를 의미한다.

검증은 참여자 확인(member checking), 삼각검증(triangulation), 동료 검토(peer review) 등을 통해 이론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청소년이라는 민감한 연구 대상일수록 윤리적 고려와 맥락적 타당성 확보가 중요하며, 해석 과정에서 연구자의 개입이 지나치지 않도록 성찰적 태도가 필요하다.